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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디찬 2010년 어느날, 나의 27살의 가을.생각 2019. 8. 18. 08:44
장재인이 슈퍼스타K2에서 부른 "가로수 그날 아래 서면"을 계속 들었다. 생방송 볼 때는 그저 그랬는데 요즘 괜스레 이 노래가 좋다. 우울한 음악이지만 난 원래 우울한 음악이 좋다. 가을에도 어울리는 노래인 것 같고 오랜만에 듣는 명곡이기에 좋다.
난 이상하게 최신곡보다 오래된 노래를 좋아하는 고리타분한 면이 있다. 몇번 최신곡을 들어보려 했지만 영 느낌이 안 와서 이제는 잘 듣지 않는다. 아저씨 같고 젋은 사람이 뭐 이런 노래를 듣냐는 말들을 듣는 것도 익숙하다. 라디오스타에서 이승철이 그런 말을 했다. "사람들은 젊을 때 들었던 노래에 강한 향수를 갖는다."라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20대 초반에 들은 노래들을 아직도 종종 듣는 난 그 말에 매우 공감한다.
음악은 종종 질릴때까지 무한반복으로 듣곤 한다. 그만 듣고 싶어질 때까지 심할 때는 일주일 내내 한곡만 듣곤 했다. 듣고 또 들었던 노래가 지겹기보다는 한 노래에 빠져서 있을 때는 이상하게 우울하면서도 기분 좋고 마음이 편안했다. 요즘은 그 노래가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인데, 어제 아침에는 라디오에 이문세의 원곡이 나오고 길 가던 사람이 이 노래를 흥얼거리는 것을 듣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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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일을 하다보면 단순업무나 반복작업은 하기가 싫다. 단순히 정신, 손가락 노동이여서 일의 능률은 바닥으로 떨어지곤 한다. 조금 수준이 있는 일이라도 내가 이미 너무 잘하는 일이라서 더이상 배울게 없는 일들은 지루해진다.
업무가 재미가 없다. 내 능력을 200% 끌어올릴 수 있는 일이라던지, 상위의 기술을 배워가며 하고 싶다. 어이없게도 회사에서 많이 늘꺼라 생각했던 전공 능력은 제자리 걸음이다. 내가 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것일수도 있지만 내 능력이 한 단계 위로 올라갔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나름 다양한 기술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원한 것은 더 다양한 능력이 아닌 한 분야에서의 정점에 서는 것이였는데 원하는 방향으로 오지 못하고 더 다양한 분야만 익혔다. 장점이자 단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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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쌀쌀해졌다. 어느새 2010년도 끝나가고 있다. 너무나 힘들었던 2009년을 뒤로 하고 처음 가슴에 품었던 꿈처럼 열심히 살려던 의지는 비상하지 못하고 잔재만 남았다. 몇 년째 반복되는 신년목표는 올해도 이루지 못하고 끝을 보이고 있다. 그저 공허한 사무실에서 내 귀에는 노래 가사가 애절하게 울린다.
어느 찬 비 흩날린 가을 오면 아침 찬 바람에 지우지
이렇게도 아름다운 세상 잊지 않으리. 내가 사랑한 애기
여위어 가는 가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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