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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아기가 생긴 것을 알았을 때는 2014년의 어느 늦은 여름이었다.
어느때처럼 회사에 출근해야 하는 아침에 꿈을 꾸었다.
눈부신 방 안에서 아기의 출산이 이루어졌다.
간호사가 내게 아기를 품에 안겨주었다.
아무 말도 없었지만 나는 그 아기가 나의 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눈부신 환희의 순간,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아기의 얼굴이 너무나 예쁘고
아기의 몸이 생각보다 무거웠다.
너무 생생해서 묘한 꿈이라고 생각했다.
꿈을 아내한테 얘기해 준 후에 회사에 출근했고
나는 오후에 그 말을 듣고 임신테스트기를 해 본 아내를 통해서
우리 부부에게 아기가 생겼음을 알게 되었다.
아빠가 된다는 기쁨보다는 그냥 잘 되었다는 생각을 했다.
아기를 안 낳을 수는 없는 일이고 적절한 때에 잘 생겼다고 생각했다.
나는 아이를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감성적인 기쁨보다는
이성적인 기쁨이 나에게 왔었다.
어린 아이들은 나에게 도움을 주는 대상이 아니었고
성인이 되면서 어린 아이들을 접할 일은 더욱 없었다.
꽤 힘들게 살아왔다고 하는 나의 생에서
내 몸도 건사하기 힘들었는데 아이까지 책임진다는 것은
꽤나 힘든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아이를 낳지 않고 사는 노부부는 나의 롤 모델이 아니었고
장남이자 장손인 내가, 그리고 사회적인 관습을 많이 준수하던 나에게
신앙이 약해졌지만 천주교인인 나에게
아이를 낳는 일은 당연히 따라야 할 삶의 과정 중 하나였었다.
나는 그랬었다...
그리고 아기 예정일이 5일도 남지 않았다.
꿈에서 본 것처럼 나는 머지 않아 내 품에 아기를 안아 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제야 깨달았다.
내가 그동안 얻으려 했던 어떠한 것보다 더한 보물이
내 품에 있을 것이라는 것을.
2015.03.11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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